정치권과 언론의 관계는 늘 긴장과 영향력의 경계에서 움직여 왔습니다. 과거에는 전통 언론이 정치의 흐름을 좌우했다면, 오늘날에는 유튜브와 같은 뉴미디어 플랫폼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가 곧 민주주의의 발전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최근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어준의 방송을 비롯한 친여 성향 유튜브 채널의 당내 영향력 확대를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은, 새로운 형태의 ‘미디어 권력’에 대한 문제 제기이자 정치와 여론의 건강한 거리를 되묻는 사건입니다.

“머리 조아리며 정치할 생각 없다”
곽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지난 1년간 ‘뉴스공장’에 단 한 번도 출연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강조하며, 특정 방송에 기대어 정치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 조아리며 정치하지 않겠다”는 강한 표현을 사용했고, 일부 정치인들이 방송 출연이 곧 공천으로 이어진다는 식의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이는 정치적 정당성이 민주적 절차가 아닌 미디어 영향력에 의해 좌우될 수 있다는 우려를 드러낸 것입니다.
전통 언론 권력과의 데자뷔
곽 의원은 이번 문제를 2002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과 연결 지었습니다. 당시 노 전 대통령은 조선일보가 민주당 경선에 개입하지 말라고 분명히 경고했는데, 이는 전통 언론 권력이 정치 과정에 깊이 개입하던 시절의 문제의식이었습니다. 오늘날 곽 의원은 같은 맥락에서, 전통 언론 대신 유튜브가 권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을 지적하고 있는 셈입니다. 언론 권력의 형태만 변했을 뿐, 정치적 영향력의 문제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데자뷔’ 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미디어 권력의 긴장
정치는 다양한 목소리와 플랫폼 속에서 살아 움직이지만, 특정 미디어가 당내 의사 결정이나 공천 과정에까지 영향력을 미친다면 이는 민주주의의 기본 원리와 충돌합니다. 언론과 미디어는 감시와 비판의 기능을 수행해야지, 정치권력을 직접 휘두르는 권력자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곽 의원의 문제 제기는 민주당 내부뿐만 아니라, 한국 정치 전반에서 미디어 권력과 정치권의 관계를 다시 돌아봐야 한다는 경고로 읽힙니다.
내부 비판의 의미
곽상언 의원의 발언은 단순한 불만 표출이 아니라,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논쟁을 촉발합니다. 특정 플랫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정당의 모습은 자칫 다원성과 민주성을 해칠 수 있으며, 정치적 다양성을 억압할 위험도 있습니다. 당내에서조차 이러한 비판이 공개적으로 제기되었다는 사실은, 이제는 유튜브라는 새로운 권력에 대해서도 제도적 견제와 성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결론
곽상언 의원의 직언은 단순히 특정 방송을 향한 불만이 아니라, 정치와 미디어 권력의 불편한 결합을 다시 문제 삼은 것입니다. 과거 전통 언론 권력에 맞섰던 민주주의의 문제의식이 이제는 유튜브라는 새로운 미디어 권력 앞에서 되살아나고 있습니다. 민주주의는 특정인의 목소리에 종속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충돌하며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입니다. 정치가 다시 건강한 독립성을 회복하고, 미디어 권력이 감시자 역할에 충실할 때만이 우리 사회는 민주주의의 본질을 지켜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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